2007년 11월 05일
별 네개, 앞으로 일보! <리뷰 :포항 3: 성남 1>
이번 시즌은 개인적인 사정도 조금 있었고, 또 경기장에서 불미스러웠던 일도 겪은 후유증이 있었는데다가 비슷한 시기에 팀도 12연속 무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는 등 여러모로 축구를 즐길만한 상황이 되지 않았던 터라 시즌권만 사놓고 경기장은 그다지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챔피언 결정전. 가슴팍에 별을 하나 더 달 수 있느냐 없느냐의 전쟁이 되어버리면 방구석에 앉아 TV만 보고 있을 수는 없지요. 그래서 결국 자리를 털고 기지개를 펴며 오랜만에 포항으로 달려갔습니다. 화창한 날씨에 적당한 기온. 축구 보기에는 더할나위 없는 최적의 조건. 과연 최강이라는 성남에게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질것 같지는 않은 최적의 예감. 저의 예감이라는 녀석은 조금 민감한게, 경기 전 예감이 너무 좋아도 실제 결과는 반대로 나오는 경우가 꽤 있는 관계로, 애매한 예감이 제일 좋다는 나름대로의 느낌이 있습니다.

간만에 단관버스를 이용한데다, 아무래도 챔피언 결정전이다 보니 관중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해 대구에서 11시 40분에 출발하여 경기시작 두 시간 전인 한시경에 도착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시간이 한참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인원이 모여있더군요. 하지만 너무 일찍 도착해버려 남은 두시간을 무얼 하며 보낼까 고민하다가 결국 오래간만에 북쪽 출입구 앞의 포장마차에서 낮술(...)부터 한잔 걸치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한창 단관차량으로 다닐때는 경기 전에 꼭 포장마차에 들러 한잔 걸치고 시작한 경우가 꽤 많았는데, 요 몇년간은 개인차량으로 다니다 보니 운전때문에 그러지를 못했었죠. 하지만 오늘은 운전 걱정이 없으니 덕분에 종이컵 가득 채워 옛 추억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먼산).

간단히 일잔(?)을 끝내고 경기장에 입장하려고 보니 어느덧 경기 시작 30분 전, 요즘은 예전 같지 않아 N석에서 90분 내도록 방방 뛰며 목을 혹사시킬 자신도 없고 해서 W석쪽에 자리를 잡고 보기로 했죠. 벌써부터 슬슬 달아오르는 분위기에다가 바로 정면에는....
K리그 우승 트로피가 보였습니다. 이거, 막상 실제로 경기장에 놓여있는 것을 보니 꼭 우리 선수들이 저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소망이 간절하게 피어오르더군요. 그러고 보면 경기장을 다닌지 약 9년이지만, 결승 문턱에서 좌절하기만 수 차례, 한번도 그것을 들어올리는 장면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상대방이 들어올리는 모습은 몇번 봤지만...
경기시간이 다가오니 좌석은 발디딜 틈 없이 들어차고, 자리를 잡지 못해 난간에 기대서야 하는 분들도 꽤 생겨났습니다. 작년 마지막 홈경기였던 수원전 이후 첫 만원인데, 그 당시에는 대충 좌석이 다 채워진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그것을 넘어서는 수준이었습니다. 스틸야드의 총 좌석수가 약 1만 8천석인데, 오늘 입장 총 인원이 2만을 넘어섰다니, 어느정도인지 짐작하실 수 있을겁니다. 다만, 너무 많은 수의 군경관람객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은 좀 아쉽더군요. 거의 S석 3/2를 차지해버려 아나운서의 장내방송을 통해 성남 서포터들의 좌석을 확보해 달라고 부탁해야 할 수준이었으니 말입니다.
경기 결과야 이미 아시는 대로 3:1 포항의 승리. 저 개인적으로는 예전 1998년 준플레이오프 1차전 포항:울산 의 3:2 경기 다음으로 박진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게임이었습니다. 워낙에 리그 최고수준의 조직력을 자랑하는 팀 간의 경기이다 보니 팽팽한 미들 공방전이 볼만 했지요. 하지만 역시 오랜 휴식기간의 여파가 남아있는 성남쪽이 포항보다 기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듯 싶었습니다. 반면에 포항은 체력 고갈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적극적인 압박과 상대보다 한발짝 더 뛰는 모습으로 상대의 공격을 커트하고, 적극적인 몸싸움과 재치있는 드리블링을 통해 볼키핑을 해나가며 조금씩 우위를 점해나갑니다.
첫번째 골의 경우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는데, 경기 시작 전, 성남 선수들이 준비운동을 마치고 라커룸에 돌아 간 후, 따바레즈와 정성룡이 여전히 필드에 남아 프리킥 연습을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위치가 어디쯤이냐 하면, 바로 페널티 에어리어 좌측 모서리 외곽 부분이었는데, 바로 첫번째 골의 시발점이었던 프리킥과 거의 동일한 위치였지요. 그 자리에서 약 5개의 프리킥 중 4개를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고 뭔가 준비하고 있는 것인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프리킥을 통해 첫번째 골을 뽑아내었습니다.
확실히 이번 플레이 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을 통틀어 포항에게 운이 따른다고 느껴진 것은 무엇보다도 상대팀 주전선수들이 100%가 아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수원전에서 곽희주가 전반을 마치지도 못하고 부상으로 교체되고, 김대의, 백지훈 등이 출전하지 못했던 운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리그 최고의 공격수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모따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는 운이 따랐지요. 게다가 이따마르는 잠시동안 포항에도 머물렀던 선수인 관계로 상당히 잘 파악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거기에 양 윙백이 최성국까지 틀어막아버리니 성남의 공격은 몇번의 날카로운 장면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같은 무게감을 찾아보기는 힘들었습니다. 눈에 띄던 선수는 남기일 정도?
어쨌던 포항의 선취점 후에도 팽팽하게 흘러가던 경기가 기울게 된 계기는 성남 김학범 감독의 지적대로 손대호의 교체아웃이었습니다. 예전 FC바르셀로나 초청경기부터 손대호를 꽤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데, 예전에는 단순히 체격좋고 투지넘치는 수비형 미드필더 정도로만 여겨졌던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보니 식사마와 보조를 맞추어 가며 꽤 유능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성장한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확실히 손대호가 빠진 성남의 미들은 그 무게감이 떨어짐과 동시에 공수 간격이 벌어지며 뒷공간이 열려버리기 시작합니다. 물론 성남의 밸런스가 공격 쪽으로 기울어진 면이 크기는 하지만 말이죠. 손대호가 빠진 미들은 번번히 포항에게 커트 당하며 역습상황에서 3:2, 4:3의 상황을 자주 연출합니다. 그 결과 고기구, 이광재가 연속골을 뽑아내고, 그 이후로도 몇번의 골과 다름없는 찬스를 만들어 내게 되죠. 결과도 결과지만, 상대방의 볼을 커트해서 전방 공격수 까지 이어지는 패스워크가 시원시원하게 끊김 없이 이어지는 모습이 정말 볼만했습니다.
그러나 포항도 오버페이스였습니다. 몇차례 좋은 장면을 보이기도 했지만 경기가 종반에 다가서며 분위기가 다시 성남으로 기울기 시작합니다. 한골을 더 넣는것 보다 한골을 먹지 않는 쪽으로 노력해야 할텐데...라는 불안감이 드는 찰나, 결국 장학영이 한골을 만회해버리더군요. 그 골을 보고 있으려니 2차전의 유리한 고지를 잃어버렸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미친듯한 방어로 수차례의 위기를 넘겨온 수비진들이 잠깐의 방심을 허용했다는 점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 해 보면 오히려 좋은 약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3골 차 라는 것은 분명 큰 갭이긴 하지만 따라잡지 못할 차이는 아니기 때문이지요. 누군가가 오늘 경기 후 "오늘같은 포항을 보고 이 팀에게 3골 이상 뽑아 낼 다른 팀이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든?"이라는 말을 제게 하길래 "그럼 넌 포항이 성남한테 세 골 씩이나 뽑아 낼거라 상상했냐?"라고 해 줬습니다. 그것과 같이 포항선수들이 3골 차 라는 어드벤테이지와 자만에 빠진 채로 경기가 끝났다면, 다음 2차전에서 성남이 공략할 틈은 그만큼 더 많아 지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만회골로 인해 선수들이 잠깐 느슨해 졌던 자신들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면 이는 분명 다음경기에서 '방심'이라는 불안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좋은 약이 되었겠지요.
한가지 성남을 포함한 다른 팀들 보다 포항이 낫다고 확실하게 느낀 점은 무엇보다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수원전도 그랬지만, 오늘의 성남도 선수들의 표정이 너무 굳어있었습니다. 특히 남기일과 이따마르의 경우 서로의 실책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 까지 했지요. 반면에 포항선수들의 표정은 상당히 밝았습니다. 실수를 하더라도 웃으며 즐겁게 플레이 하는 모습은 확실히 경기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주게 하더군요. 그러한 마인드의 차이가 사실은 결정적인 차이를 불러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오늘 실수를 좀 많이 한 최효진이나 오랜만에 경기장에 나온 고기구의 표정은 상당히 진지했지만 말이죠(웃음).
어쨌든 포항은 챔피언으로 가는 길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문제는 남은 시간동안 최대한 체력을 회복함과 동시에 어린 선수들의 느슨해 질 수 있는 마음을 다잡아 주고 최대한 진지하게 다음 2차전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방심하지 않고 오늘 같이 상대방보다 한발 더 뛰는 정신력을 유지한다면 별 네개를 가슴에~는 눈앞의 현실로 다가올 것입니다.

간만에 단관버스를 이용한데다, 아무래도 챔피언 결정전이다 보니 관중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해 대구에서 11시 40분에 출발하여 경기시작 두 시간 전인 한시경에 도착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시간이 한참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인원이 모여있더군요. 하지만 너무 일찍 도착해버려 남은 두시간을 무얼 하며 보낼까 고민하다가 결국 오래간만에 북쪽 출입구 앞의 포장마차에서 낮술(...)부터 한잔 걸치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한창 단관차량으로 다닐때는 경기 전에 꼭 포장마차에 들러 한잔 걸치고 시작한 경우가 꽤 많았는데, 요 몇년간은 개인차량으로 다니다 보니 운전때문에 그러지를 못했었죠. 하지만 오늘은 운전 걱정이 없으니 덕분에 종이컵 가득 채워 옛 추억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먼산).




경기 결과야 이미 아시는 대로 3:1 포항의 승리. 저 개인적으로는 예전 1998년 준플레이오프 1차전 포항:울산 의 3:2 경기 다음으로 박진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게임이었습니다. 워낙에 리그 최고수준의 조직력을 자랑하는 팀 간의 경기이다 보니 팽팽한 미들 공방전이 볼만 했지요. 하지만 역시 오랜 휴식기간의 여파가 남아있는 성남쪽이 포항보다 기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듯 싶었습니다. 반면에 포항은 체력 고갈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적극적인 압박과 상대보다 한발짝 더 뛰는 모습으로 상대의 공격을 커트하고, 적극적인 몸싸움과 재치있는 드리블링을 통해 볼키핑을 해나가며 조금씩 우위를 점해나갑니다.
첫번째 골의 경우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는데, 경기 시작 전, 성남 선수들이 준비운동을 마치고 라커룸에 돌아 간 후, 따바레즈와 정성룡이 여전히 필드에 남아 프리킥 연습을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위치가 어디쯤이냐 하면, 바로 페널티 에어리어 좌측 모서리 외곽 부분이었는데, 바로 첫번째 골의 시발점이었던 프리킥과 거의 동일한 위치였지요. 그 자리에서 약 5개의 프리킥 중 4개를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고 뭔가 준비하고 있는 것인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프리킥을 통해 첫번째 골을 뽑아내었습니다.

어쨌던 포항의 선취점 후에도 팽팽하게 흘러가던 경기가 기울게 된 계기는 성남 김학범 감독의 지적대로 손대호의 교체아웃이었습니다. 예전 FC바르셀로나 초청경기부터 손대호를 꽤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데, 예전에는 단순히 체격좋고 투지넘치는 수비형 미드필더 정도로만 여겨졌던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보니 식사마와 보조를 맞추어 가며 꽤 유능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성장한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확실히 손대호가 빠진 성남의 미들은 그 무게감이 떨어짐과 동시에 공수 간격이 벌어지며 뒷공간이 열려버리기 시작합니다. 물론 성남의 밸런스가 공격 쪽으로 기울어진 면이 크기는 하지만 말이죠. 손대호가 빠진 미들은 번번히 포항에게 커트 당하며 역습상황에서 3:2, 4:3의 상황을 자주 연출합니다. 그 결과 고기구, 이광재가 연속골을 뽑아내고, 그 이후로도 몇번의 골과 다름없는 찬스를 만들어 내게 되죠. 결과도 결과지만, 상대방의 볼을 커트해서 전방 공격수 까지 이어지는 패스워크가 시원시원하게 끊김 없이 이어지는 모습이 정말 볼만했습니다.
그러나 포항도 오버페이스였습니다. 몇차례 좋은 장면을 보이기도 했지만 경기가 종반에 다가서며 분위기가 다시 성남으로 기울기 시작합니다. 한골을 더 넣는것 보다 한골을 먹지 않는 쪽으로 노력해야 할텐데...라는 불안감이 드는 찰나, 결국 장학영이 한골을 만회해버리더군요. 그 골을 보고 있으려니 2차전의 유리한 고지를 잃어버렸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미친듯한 방어로 수차례의 위기를 넘겨온 수비진들이 잠깐의 방심을 허용했다는 점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 해 보면 오히려 좋은 약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3골 차 라는 것은 분명 큰 갭이긴 하지만 따라잡지 못할 차이는 아니기 때문이지요. 누군가가 오늘 경기 후 "오늘같은 포항을 보고 이 팀에게 3골 이상 뽑아 낼 다른 팀이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든?"이라는 말을 제게 하길래 "그럼 넌 포항이 성남한테 세 골 씩이나 뽑아 낼거라 상상했냐?"라고 해 줬습니다. 그것과 같이 포항선수들이 3골 차 라는 어드벤테이지와 자만에 빠진 채로 경기가 끝났다면, 다음 2차전에서 성남이 공략할 틈은 그만큼 더 많아 지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만회골로 인해 선수들이 잠깐 느슨해 졌던 자신들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면 이는 분명 다음경기에서 '방심'이라는 불안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좋은 약이 되었겠지요.

어쨌든 포항은 챔피언으로 가는 길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문제는 남은 시간동안 최대한 체력을 회복함과 동시에 어린 선수들의 느슨해 질 수 있는 마음을 다잡아 주고 최대한 진지하게 다음 2차전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방심하지 않고 오늘 같이 상대방보다 한발 더 뛰는 정신력을 유지한다면 별 네개를 가슴에~는 눈앞의 현실로 다가올 것입니다.
# by | 2007/11/05 00:55 | Steelers!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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