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자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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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30 22:01

언니네 이발관 5집 발매기념 콘서트 후기 Can You Hear Me??


공연발매 소식을 접하고 난 후, 한동안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고민하다가 타이밍을
놓쳐버려 2층이라는 자리에 예매를 하게 되어, 2층 중간이라는 좀 애매한 자리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그것이 너무 불만이었는데, 막상 공연장에 들어서고 보니, 아담한 공연장 사이즈인
관계로 1층과 2층의 구분이 크게 없어 차라리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 보다는 훨씬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이곳저곳에서 공연장 사운드가 좋았다는 칭찬이 많았던 것을 보면 확실히 1층과 2층의
사운드 차이는 꽤나 큰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렇고 동행했던 사람도 보컬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꽤나 고생했는데, 후기들을 보면 목소리가 너무 잘 들렸다나?

덕분에 1부는 완전히 꽝이었다.

사실 나 혼자 가는 공연이었다면 상관없는데, 1부의 선곡이 너무 마니아 위주라서 언니네의
음악을 처음 듣는 동행에게는 꽤나 고역이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님들, 님들 공연 처음 보러 오는 사람들 다 포기하는 거임?"
이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

1부의 선곡을 보면

 

어떤 날(2nd)
생일기분(1st)
산책끝 추격전(1st)
꿈의 팝송(2nd ver.)
표정(3rd)
2008년의 시간들(3rd)
유리(2nd)
쥐는 너야(1st)

와 같은데, 대부분 1~3집의 곡들로 채워져 있으나, 그 곡이 대부분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이라기
보다는 좀 마이너(?) 취향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컬이 묻혀버리고 들리는 것은 드럼과
기타사운드 밖에 없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개인적으로도 꿈의 팝송은 4집 버전을 훨씬
좋아하는 관계로 2부 즈음에 분위기 탔을 때 불러주길 바랬던 것도 있다.

그런데 언니네도 그런 걱정을 조금 했는지 어땠는지, 석원씨가 1부가 끝나갈 무렵 '우리 공연 처음
보시는 분들?' 이라고 물어보더니만 '1부는 어차피 스끼다시니까....' 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2부는
5집의 곡들이 주축이 될 것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던지는데, 그제서야 대충 감이 오기 시작했다.

'석원씨 목 아끼고 있구나'

어차피 콘서트인 관계로 이전 앨범들의 곡들을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하긴 해야겠고, 그렇다면
최대한 석원씨 목에 부담이 안가는 곡들로 선곡을 하다 보니, 저런 세트 리스트가 나왔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옆의 동행에게 '2부는 분위기가 많이 바뀔꺼에요'라고 대충
안심시켜놓고 본인의 기대감도 서서히 올려갔다.

가장 보통의 티켓.
그러나 티켓 디자인이 공연의 감동을 결정짓지는 않는다.
2부 (본론)
작은 마음(5th)
무지개(조규찬)
알리바이(5th)
인생은 금물(5th)
100년 동안의 진심(5th)
산들산들 (5th)
태양없이(3rd)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5th)
아름다운 것(5th)

의외의 사실(5th)

가장 보통의 존재(5th)
나는(5th)

어제 만난 슈팅스타(2nd)

중간게스트로 나온 임주연씨. 그냥 키보디스트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미 1집 앨범까지
냈다고 한다. 수준급의 피아노 실력과 함께 보컬능력도 상당한 수준. 2집이 나오면 꼭
구매해야겠다 다짐하게 되었다.

양양이라는 신인의 공연이 끝나고 이어진 2부.

이미 석원씨가 밝힌 대로 5집이 중심이 된 세트리스트.
대체적으로 가볍고 조용한 분위기의 곡들이 앞쪽에 배치되어 서서히 분위기를 끌어올리다가
잠시 휴식과 함께 이어진 기타 이능룡군의 쏠로 및 상황극, 그리고 100년 동안의 진심과
산들산들의 어쿠스틱버전 공연으로 쉬어가는 분위기를 만들더니, 이어진 '태양없이',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그리고 '아름다운 것' 3연속 멜로디로 확실히 분위기를 띄우고,
5집의 하이라이트 '의외의 사실'로 열기는 최고조에 이르게 되었다.

특히 의외의 사실에 등장한 트럼펫은, 언니네의 공연에서 이런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연의 백미였다.

그리고는 이어진 앵콜.

'가장 보통의 존재'와 '나는'이 본편에서 나오지 않았으니 분명 앵콜로 하겠구나 싶기는 했었지만,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어, 그런데 불도 안켜지고 피크도 안나눠줬네. 혹시....?

하는 의문이 커져가는 순간 다시 등장해서 '어제만난 슈팅스타'로 공연의 열광적인 종지부를
찍어버렸다. 특히 이능룡군의 열정적인 기타솔로는 온몸에 전율이 일 정도로 멋있었다.

두시간 반이 넘는 긴 공연.

석원씨는 3연속 메들리 부터 자신의 목 상태가 좋지 않음을 밝혔고, 앵콜에 들어가면서도
걱정을 하더니 가장 보통의 존재에서는 노래 부르는 것 자체가 힘들정도 무리를 해버렸다. 하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다들 그런 석원씨를 안쓰러워했고, '가장 보통의 존재'의 '이런 이런
큰일이다'라는 대목을 함께 불러주며 고음 파트로 넘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런 관객과 밴드의 교감이야 말로 이런 밴드들의 공연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장면 아닐까.

삑사리 자체야 아름다운 장면이 아닐지라도, 그런 모습이야 말로 밴드가 이 공연에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고, 그것을 이해하고 응원하며 호응하는 모습은 청자들의
이해와 감동이 밑바탕에 깔리지 않고서야 나오기 힘든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

길어진 공연 덕분에, 끝나고 동행과 함께 커피한잔 하고 들어가려던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갔지만,
그만큼 큰 감동을 얻었으니 그걸로 만족.

덤으로 개인적으로는 요즘 나의 음악 취향이 너무 마이너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던 차였고, 그런 음악들을 아무 사전지식 없는 사람에게 들려주었을 때 어떠한 반응이 나올
것인가 하는 우려도 들었는데 다행히 괜찮은 반응을 얻은 것 같아 약간은 안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어쨌든 기다려왔던 공연은 끝이 났고, 이제 남은건 10월의 그레이트 민트 페스티벌.
이 공연이야 얄잘없이 혼자가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발사들이 또 어떤 모습을 보일지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할 수 있을것 같다.

p.s. 석원씨는 공연전에 장염으로 한동안 고생했다고 한다. 이정도면 부상 투혼. 왜 그렇게 마이크에 기대 서 있나 했더니만...
p.p.s. 석원씨와 능룡군의 만담커플은 여전히 건재!!
p.p.p.s. 원래 박수와 싱얼롱을 최대한 자제하는게 언니네 팬들의 기본 마인드이긴 하지만, 어딘가에 보니 박수쳤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있던데, 그건 도대체 뭥미? 난 그런거 신경 안씀. 내 박수는 자동으로 나오는 것임. 박수 싫음 혼자 헤드폰 쓰고 씨디나 듣던가.

덧글

  • 클라 2008/08/31 12:05 # 답글

    멋진공연의 박수는 자동이지요. 언니네팬들의 저 기본마인드는 좀 자제해줬으면 하는데요.
  • lain 2008/08/31 21:08 # 삭제 답글

    저도 2층에서 봤는데 전 보컬 목소리 그럭저럭 잘 들리더라구요. 2층 좀 앞이라 그랬는지...

    저도 박수 열심히 쳤는데, 어쿠스틱기타랑 보컬만으로 구성된 조용한 곡에서의 박수는 좀 그렇긴 하더라구요;; 웬만한 곡이야 드럼 박자 맞춰서 치니 괜찮은데 저런건 박수 소리때문에 집중이 좀 안돼서~ 어차피 점점 박수소리 사그라들더니 사라지긴 하더만요ㅎㅎ

    쨌든 공연은 만족스럽게 잘 봤으나 나를 잊었나요?를 안불러서 개인적으로는 2% 부족한 공연이었달까; 그리고 아름다운 것에서 거의 숨 넘어가던 석원씨도 인상적...
  • 나도보통 2008/09/04 12:56 # 답글

    참. 그날의 감동이 느껴지네요.
    완전 2부에선 기타팝의 진수를 보여주었죠.
    빨리 다른 공연을 보고싶단생각밖에안들어요.
  • nibs17 2008/09/07 17:24 # 답글

    클 님// 네, 박수가 듣기 싫으면 음악감상실에 가야죠. 뭐 한 1/3은 언니네 탓이기는 하지만요.

    l 님// 어떤 기분에서 그러는지는 알겠는데, 자기 기준에 안맞는다고 남들보고 뭐라는건, 그나마 그것도 상식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뭐라고 한다는건, 글쎄요.

    제일 기억에 남는건 장염때문에 마이크에 기대서다 시피 해서 두손으로 마이크 꼭잡고 노래하시던 석원씨였죠. 저는 꿈의 팝송을 4집버전으로 안불러준게....

    나 님// 그래서 GMF를 예매하는겁니다 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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