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자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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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30 17:57

이런 황선홍의 모습을 보신 적 있으십니까? Steelers!

감독님,

황선홍이라는 이름은, 2002년의 폴란드전으로 많이 희석되긴 했지만, 항상 무겁고 우울한 이미지였습니다.
리그에서의 성공과는 달리 94년 월드컵에서의 실패와 98월드컵 직전 당한 불의의 부상으로 인한 출전불가...

불운에 불운이 꼬리를 물고 따라오는 그 상황과 이미지 때문에 감독님의 사진은 늘 우울했고 우중충하게 보였습니다.
그나마 폴란드전에서 골을 성공시킨 후 내지르는 표효가 그 악운의 고리를 끊었던 느낌은 있습니다만...

그리고 부산 아이콘즈의 감독으로 시작한 리그 감독 생활.

약체화 되고 있는 팀의 감독으로 부임해 FA컵 준결승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렇다할 큰 성과나 뚜렷한
색깔은 내지 못한 상태에서 포항으로 오신다는 얘기가 들려왔을 때, 레전드의 귀환을 반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파리야스가 떠난 후 침체된 팀 분위기 속에서 레전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독을 선임한
무리수가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었구요.

11년과 12년 초 까지만 해도 그런 우려가 현실화 되는가 했지만, 뜻밖에 찾아온 FA컵 우승, 그리고
이어진 13년의 더블까지. 레모스와 박창현 대행을 겪으며 앞으로 제대로 된 우승컵 하나 들어 올릴 수
있을까 걱정하던 시기와 달리 순식간에 우승컵은 세개로 늘어났고, 어려운 팀 상황에서도 그 상황에
맞는 팀 운영과 전술로 감독으로써의 능력도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감독님은 잘 웃지 않았습니다.

골이 들어가고 우승컵을 들어올려도 마치 폴란드전에서 봤던 표효처럼 잠깐 환호성을 내지르다가 어느순간
평소의 과묵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와 날카로운 눈빛을 발사하고 있었죠.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 표정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 표정을 짓는 감독님을 보는순간 뭔가 가슴에 큰 덩어리가 털컥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번도 보지 못했던 푸근하면서 익살스럽게 웃는 감독님의 모습. 분명 익살스러워 보이는 표정인데
왜 그렇게 마음한켠이 아려오던지요.

마치 그동안의 큰 짐을 모두 다 내려놓고 이제 내 할 일의 한 단원을 모두 끝내셨다는 느낌이 드는 이 한장의
사진이 참 많은것을 이야기 해 주지 않나 싶습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독님. 그리고 감독님에게 큰 힘이 되지 못했던 팬이라 죄송합니다.

앞길에 행운만이 가득하시고 자주 웃고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독님의 포항 사랑, 잊지 않겠습니다.




 



덧글

  • 홍차도둑 2015/11/30 18:10 # 답글

    본적 있어요. 내 블로그 어디에 찍은 사진 있지~
    부담감 없이 즐기실 때 가끔가다 저런 모습이 나오시지.
  • nibs17 2015/11/30 18:24 #

    아이고오오오~~그래도 저같은 축알못에겐 참 보기힘든 표정인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
  • 홍차도둑 2015/11/30 19:03 #

    그만큼 보기 힘든 표정인건 인정하지, 늘 너무 진지하셔서...그게 참 그분 매력이면서도 탈이기도 ... ㅎㅎ

    그래도 이 글의 의도는 잘 알고 있는지라.

    내가 참...1998년에 니포감독님 떠나보낼 때 비슷한 마음이었던지라...하아...
  • nibs17 2015/12/01 08:41 #

    뭐 이젠 한동안 폭풍잔소리 하지 않으셔도 될테니 그것만으로 한시름 놓으셨겠죠ㅎㅎ

    그러고보니 여러모로 98년 니포감독님 물러나실때의 부천이랑 지금 포항이 여러모로
    비슷한 상황이긴 하네요.

    하지만 부천은 그래도 니포감독님이 남기신 유산이라도 있었지만 지금 포항은
    황감독님이 남기신 유산마저 지켜내기 어려운 상황이란게 좀 더 암울한가 싶기도 합니다.
  • 謎卵 2015/11/30 18:50 # 답글

    그 날카로운 표정이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인터뷰 보니 흥분할까봐 자제하신거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나이 들어도 참 잘생기셨습니다.
    이제 기사에서도 보기 힘들겠네요ㅠ.ㅠ
  • 끄적끄적 2015/11/30 19:52 # 삭제 답글

    이제 황선홍 감독의 남은 숙원은 아챔과 대표팀 감독인데.....
    솔직히 대표팀은 평생 안 맡으셨으면 하는 바람.
  • nibs17 2015/12/01 08:43 #

    뭐 당장은 아시아쪽 다른 팀으로 가실 확률이 높고 저도 대표팀쪽은 안가시길 바랍니다만, 사람 욕심이라는게 그렇게 쉽게 정리되진 않겠죠.

    언젠가는 한번 거쳐가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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